2017년이 되면서 내가 세웠던 계획들이 몇 개 있었다1. 기본적으로 이만큼은 꼭 해야겠다 싶은 것들이었는데 대부분 이룬 것 같다. 목표를 작게 잡아서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학원 입학

대학원에 입학 했고 그냥저냥 다니고 있다. 이제 슬슬 졸업논문을 뭘 쓸 지 고민을 해야 하는데 아직 실감도 안 나고 뭘 해야 할 지 감도 안 온다. 이건 2018년 목표로 잡자.

그 전에 일본 여행

2018년부터는 내가 해외로 나가려면 국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지만 사실이다. 아무튼 늦기 전에 한 번 갔다 왔고 아쉽긴 하지만 적어도 못 가서 미련이 남지는 않을 정도로 놀고 왔으니 만족 하련다.

디즈니랜드에 가서 거의 모든 어트랙션을 다 탔고(실내에 있는 인어공주쪽 몇 개를 못 타긴 했는데 한국에서도 흔한 놀이기구라 굳이 탈 이유는 없었다) 하고 싶었던 것들을 거의 다 했다. 오코노미야키를 못 먹고 몬자야키만 먹고 온 게 아직도 한이 남기는 하지만 내가 죽기 전에 오코노미야키가 멸망하진 않을테니 상관 없다.

병원 가서 진단 받기

이건 반은 해냈고 반은 못 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절반 중에서도 반만 해냈다.
우울증 때문에 병원에 가서 약도 타 먹고 좋아진다 싶었는데 의사양반이 자꾸 쓸모도 없는 꼰대발언에다가 내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헛짓거리로 대해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고 했다.

신기하게도 병원을 옮기려면 원래 다니던 병원에서 허가를 내 줘야만 가능했고(심지어 오랫동안 안 다니다가 다시 다니려고 해도 원래 다니던 병원을 찾아가야 했다) 그것 때문에 공백이 좀 생겼는데 우울증이 늘 그렇듯이 조금만 기분이 안 좋아져도 밖을 못 나가게 되었고 그렇게 예약을 새로 한 병원은 가지도 못 하고 그냥 집에만 쳐박혀 지내고 있다. 그래서 절반의 절반만 이뤘다는 거다.

반대쪽 절반은 역시나 우울증이 아닌 정체성 문제인데 앞서 말 했듯이 의사양반이 “그딴 거 진단 받아도 아무런 도움도 안 돼”라고 말해버려서 화만 나고 아무 것도 못 했다. 진단을 받아도 아무런 인정도 못 받고 도움도 안 된다고 말하는 의사라니.. 그럴거면 애초에 그런 병명은 왜 만들었나 모르겠다. 모순적인 의사다.

사람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잘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별 이유도 없이 서울에 가서 9XD 사람들과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이번 달 말에 소마 송년회에 갈 예정이니 이 정도면 충분히 달성 한 것 같기는 하다. 여름엔 아는 동생이 불러내서 C언어 공부를 도와주기도 했다. 이 모임이 공부를 제대로 했냐면 쓴웃음이 나오겠지만 적어도 사람을 만난다는 걸로 따지면 이게 가장 성공적이다.

원래 해킹캠프도 매번 빠짐 없이 가고 그랬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별로 하는 것도 없이 의무감에 몸만 갔다 오는 느낌이 들고 나 대신 더 열정이 넘치는 다른 학생이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앞으로는 발표자나 스텝이 아니면 참가하지 않으려고 한다. 근데 매번 가던 컨퍼런스도 안 간 걸 보면 그냥 내가 해킹계에서 발을 떼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하나 아쉬운 건 원래 연구소에서 일 하던 게 있었는데 대학원에 가면서 다른 부서로 출근하게 되고 그로 인해 힘든 점이 많아서(분야나 연구실 분위기도 안 맞고 화장실 문제가 더 커졌다) 우울증이 심해지고 출근을 못 하게 된 거다. 하지만 대학원에 오면서 원래 다니던 학교이긴 하지만 관심도 없던 후배 몇몇과 친해지고 봄에는 같이 꽃구겅도 가고 한 걸 보면 실패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뭔가 하나 만들기

이 항목은 원래 프로젝트를 하나 만든다는 뜻이었는데 내가 벌인 프로젝트는 여태 그래왔듯이 금방 흥미를 잃고 무기한 보류가 되었다. 대신 10월쯤에 일이 터져서 마스토돈 인스턴스를 만들게 된 걸로 이 항목을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트위터는 지금 온갖 혐오요소가 넘쳐나고 있고 더 화가 나는 건 신고를 해도 본사는 “별 문제 없다”라는 식으로 대응을 한다는 거였다. 난 그렇게 100명 가량 되는 사람들에게 끊임 없는 공격을 받고 성소수자를 위한 마스토돈2을 운영하게 되었다.

마스토돈 운영은 그냥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코드를 만지기는 하는 것도 있고 운영 하면서 버그픽스나 번역 등으로 프로젝트에 기여도 했으니 이 정도면 뭔가 했다고 할 수 있겠다.